[책 리뷰]언어공부(How I Learn Languages)

[책 리뷰]언어공부(How I Learn Languages)

기본적인 질문 두 가지로 시작해보자. 왜 언어를 배워야 하는가? 왜 하필 언어인가? 답하기 더 쉬운 둘째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엉성하게 배워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이 언어밖에 없기 때문에 언어를 배워야 한다.

[언어공부], 35p

당연하게도 책 제목이 끌려서 구입했다. 요즘은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일본에 4번 정도 방문했는데, 방문할 때마다 더더욱 일본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있다. 3번째 일본여행 때가 기억난다. 스시전문점이었는데, 나는 연어초밥이 먹고싶어서 사케스시(さけ[鮭] すし)를 달라고 했는데 초밥 쥐는 사람이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일단은 오징어초밥만 시키고, 고민 끝에 메뉴판에 있는 연어초밥을 보여주면서 “이거 주세요”라고 했다(일본어로 주문에 실패해서 메뉴판을 가리키며 말한건 나에겐 일종의 굴욕이기 때문에 주저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초밥 쥐는 사람이 아~ 사-몬스시(サーモンすし)라고 하는 것 아닌가.

나는 한국에서 연어덮밥을 사케동이라고 팔길래 아무 생각없이 사케스시를 달라고 한 거였는데, 일본에서는 사몬스시라고 하는 거였다. 일본에 사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훈제연어를 보통 사케라고 하고, 생연어는 사몬이라고 한단다. 이게 웃긴 일화였는지 친구가 데려온 일본인 여자친구가 내 말을 듣고 엄청 웃었다. 그러면 한국 돈부리집에서 연어라는 단어를 잘못 쓰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는 16개언어를 공부했다. 16개 언어에 완전 능통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 5개 언어는 무리 없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문서 번역에 반나절정도 주의깊게 시간을 들여야하거나 하는 수준인거 같다.

작가는 “지식의 문을 짠 열어줄 마법의 주문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언어적 재능이 엄청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렸을 때 독일어 성적 안좋아서 고생하고, 대학교도 화학과를 공부했다. 대신 16개의 언어를 공부하면서 이렇게 하다보니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고, 이를 나름 프로세스화하여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16개국어를 배웠다고 해서 8개국어를 하는 사람보다 언어능력이 2배 높다고 할 수 없다. 책 내용도 인터넷 블로그에서 나오는 “나의 일본어 독학 성공기” 같은 글들과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이 책에서 느껴지는 언어공부에 대한 애정이 한 때 번역가를 꿈꾸던 나도 굉장히 공감하는 내용들이었고, 언어공부를 하는 데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 것 같다.

언어공부 어떻게 할 지는 사실 이 사람이 책 중간에 정리해 둔 “언어 학습 십계명”을 읽으면 80%정도 알 수 있다. 나도 가끔 들춰보려고 여기 정리하긴 하지만, 십계명만 읽고 덮어버릴 책은 아니다. 특히 번역/통역쪽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수필 읽듯이 읽기 좋은 것 같다.

하나.

언어를 매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라. 시간이 짧다면 최소한 10분짜리 독백을 만들어보라. 이 점에서는 아침 시간이 특히 중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말을 잡는다!

둘.

학습을 향한 열정이 너무 빨리 식어버린다면 공부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되, 한 번에 그만두지도 말아라. 다른 방식의 공부로 옮겨가라. 예컨대 독해를 하는 대신에 라디오를 듣거나, 작문을 하는 대신에 사전을 뒤적이거나 해도 좋다.

셋.

말을 고립된 단위로 익히지 마라. 그보다는 문맥 속에서 익혀라.

넷.

교재 구석에 쓸 만한 표현을 적어놓고 대화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요소’로 사용하라.

다섯.

뇌가 피로에 지쳐있다면 번쩍하고 지나가는 광고 표지판, 현관의 번지수, 엿들은 대화의 단편적인 내용 등을 재미로 번역해보라. 휴식이 되고 긴장이 풀린다.

여섯.

교사가 고쳐준 것만을 암기하라. 교정 및 수정을 받지 않았다면 자기가 쓴 문장을 계속 공부해선 안 된다. 실수가 머릿속에서 뿌리내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혼자 공부를 한다면 암기하는 각각의 문장은 오류의 가능성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일곱.

관용적 표현은 늘 일인칭 단수로 암기하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I am only pulling your leg”

여덟.

외국어는 성곽이다. 전방위에서 포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문, 라디오, 더빙되지 않은 영화, 기술 문서 혹은 과학 논문, 교재, 이웃의 방문객 등 모든 것을 활용하라.

아홉.

실수가 두렵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지 말되, 틀린 것은 대화 상대자에게 고쳐달라고 요청하라. 상대가 정말로 고쳐줄 가능성은 희박하겠으나 도와줄 때 혹시라도 짜증을 내면 곤란하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열.

스스로 언어 천재라고 굳게 믿어라. 실은 그 반대라는 게 드러난다면 통달하려는 그 성가신 언어나 여러분의 사전들 혹은 이 책에 불만을 쌓아두어라. 스스로를 탓하지 마라.

그리고 추가로 무엇을 하지 말아야할지를 알려준다. 위에 일일이 타이핑하다가 지쳐서 내가 요약해서 적는 것이다.

1.

미루지 마라

2.

같은 나라 사람한테서 외국인과 똑같은 행동이 나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똑같이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끼리 연습을 하면 서로 상대방이 뭐가 틀렸는지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

3.

학생 스스로 언어를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우려고 마음먹은 때부터 삽화가 있는 잡지 훑어보기, 영화보기 등을 시작하라.

4.

이해가 안가는 단어나 구문이 나오더라도 너무 매달리지 마라. 그 표현이 중요하다면 다시 나올 것이고, 그러면 그 뜻이 이해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넘기더라도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니다.

5.

일정 기간 이상 건너뛰지 말고 꾸준히 외국어로 생각을 적어라.

6.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하지 마라. 문맥을 따라가다 보면 올바른 형태로 말하게 된다.

7.

문장을 시작하는 표현과 더불어 군더더기 말도 잊지 마라. 예를 들어 “러시아어로 말한 지가 한참이 됐네요”따위가 있다.

8.

언어적 요소나 표현을 문맥 밖에서 외우지 마라.

9.

새로 익힌 구조나 표현을 허공에 둥둥 떠다니게 놔두지 마라.

10.

시나 노래 외우는걸 부끄러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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